[인사이트] '쌀숭이' 밈으로 보는 AI 시대의 새로운 노동 계급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밈(Meme)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메이플스토리 디렉터의 목소리를 AI로 합성해 만든 노래, 이른바 '창팝'과 거기서 파생된 '쌀숭이' 라는 단어입니다.
'쌀숭이'는 게임 내 재화를 현금화하여 생계를 유지하거나(쌀먹), 게임에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유저들을 원숭이에 빗대어 조롱하는 멸칭입니다. 중독성 있는 노래와 웃긴 이미지 덕분에 하나의 거대한 인터넷 놀이 문화로 소비되고 있지만, 이 현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서늘한 미래가 엿보입니다. 어쩌면 이들은 다가올 AI 시대의 '새로운 디지털 노동 계급'을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1. '쉬었음 청년'과 디지털 노가다의 만남
최근 구직을 단념한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합니다. 과거라면 이들이 당장의 생계를 위해 건설 현장이나 물류 센터 같은 오프라인 일용직을 찾았겠지만, 이제는 방 안에서 컴퓨터를 켜는 것을 선택합니다.
가상 세계에서의 노동(게임 내 재화 파밍 등)은 진입 장벽이 낮고, 타인과 직접 대면할 필요가 없으며, 노력한 만큼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집니다. 현실의 고된 육체노동 대신, 익명성이 보장되는 모니터 앞의 단순 반복 작업이 '디지털 일용직'의 형태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2. AI의 발전과 전통적 일자리의 증발
이러한 현상을 가속하는 것은 단연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입니다. 인공지능이 고도화되면서 단순 사무직, 번역, CS, 심지어 일부 창작 영역까지 중간 단계의 일자리들이 빠르게 증발하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전통적인 노동 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자리로 도약하지 못한 다수의 인구는 결국 진입 장벽이 가장 낮은 디지털 세계의 '가벼운 노동'으로 흡수될 수밖에 없습니다. '쌀먹'은 더 이상 일부 게임 중독자의 일탈이 아니라, 일자리를 잃어가는 거시경제적 흐름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물입니다.
3. 보편적 기본소득(UBI) 시대의 새로운 프롤레타리아
만약 AI가 생산성을 극대화하여 국가가 국민에게 보편적 기본소득(UBI)을 지급하는 시대가 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은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받겠지만, 인간의 욕망은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더 나은 소비와 윤택한 삶을 위해 사람들은 추가적인 수익 창출을 원할 것입니다.
이때 막대한 잉여 시간을 가진 사람들은 메타버스나 웹 3.0(Web 3.0) 환경으로 모여들 것입니다. 생존에 위협받지 않는 상태에서, 가상 세계를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깨고 코인이나 재화를 채굴해 현실의 '용돈'으로 바꾸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이는 곧 거대한 플랫폼 경제의 밑바닥을 지탱하는 새로운 '디지털 프롤레타리아(노동 계급)'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4. 가상 경제의 톱니바퀴가 될 것인가
우리는 주황버섯 갓을 쓴 쌀숭이 밈을 보며 낄낄대지만, 기술 발전의 속도를 감안하면 우리 중 누구라도 언제든 이 거대한 디지털 노동 시장의 일원이 될 수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의 본질이 '재미'에서 '노동'으로 변질된 것처럼, 우리의 삶 역시 거대한 가상 플랫폼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하나의 톱니바퀴로 전락할 위험이 존재합니다.
기술이 가져올 풍요로움 이면에서, 노동의 가치와 형태가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쌀숭이'라는 조롱 섞인 밈은, 사실 우리 사회가 직면하게 될 가장 현실적이고 뼈아픈 미래에 대한 경고장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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